책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윤용인 지음

1. 나는 정말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슈퍼 유전자가 있다면 분명 내가 가졌을 것이라고 허세 섞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내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었다.

추측컨데 우리 세연이가 유치원으로부터 확진이 되었고 가족 전체로 확진을 받았다.

확진되고 나서 세연이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우리 중에 가장 빨리 나았고 증상도 미미했다.

자가격리 동안 제일 신났었다.

7일 동안

2. 같이 격리하는 동안 얼마나 놀아달라고 하는지 분명 방금 놀았는데 안 놀았다고 또 놀자고 울고, 그래서 놀았더니 또 놀자고. 놀자 무한반복.

결국엔 화내고 울면서 끝이난다.

갑자기 조용히 해서 몰래 보고 있으면 혼자 인형으로 모노드라마를 찍고 있다.

안쓰럽다.

가끔 금쪽이에서 오은영 박사님으로부터 큰 깨달음을 받으면 세연이한테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다가도 어느새 또 울리고 만다. 허허허 육아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엄마 아빠의 국 룰이겠지만 자는 모습은 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3. 마흔에 어떻게 보면 늦었을지 모르지만 주변에서 골프를 배워라 배워라 귀가 따갑게 듣고 있지만 나 스스로 다짐한 것은 지금의 세연이가 커가는 모습을 눈에 많이 담고 싶고 아빠가 항상 일찍 퇴근하고 와서 저녁도 같이 먹고 성에 차진 않겠지만 같이 무언가를 많이 했다는 기억을 심어주고 싶다.

세연이가 좀 더 커서 부모보다 친구들이 더 좋다고 생각할 때 쯤에 (아마도 초등학교 고학년 ) 골프를 배워도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는 늦지는 않을 거 같다.

4. 어느 휴일 코미디 프로그램을 물끄러미 함께 보다가 아이가 까르르 자지러지듯 웃을 때 부모는 시선을 화면에서 아이 얼굴로 돌리며 실금실금 웃는다.

제 새끼의 울고 웃는 모습, 그 감정 표현이 느닷없이 신기하고 황홀하다.

소주 한잔을 걸치고 귀가한 새벽,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빨간 눈으로 바라볼 때 부모의 마음에는 하얀 평화가 내린다.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그제 같은 일상이지만, 그제보다 어제, 어제보다 오늘 더 커져 가는 아이의 발을 확인하는 기쁨은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한 아름의 실감인 것이다.

5. 자식을 통해 미래를 보상받으려는 부모도 더러 있지만, 더 많은 부모는 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작은 감동만으로도 아이에게 받을 것은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

부모 되지 않은 자에게 아이는 선택이겠지만, 부모 된 자에게 새끼는 낮과 밤을 지켜 주는 가슴속 해와 달인 것이다.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도 많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죄다 표현력이 부족하다. 우리의 부모가 그랬고, 부모가 된 우리도 그러하다.

6. 사십대 이상 남자들의 우울은 생각보다 위중하고 보편적이다.

사실 해법은 아버지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포기하는 것이다.

가족을 위한 나의 희생을 나중에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빨리 접는 것이 좋다.
대가를 바라지 않을 때 기대가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법이다.
두 번째는 경제적 자립과 생존적 자립이다.

먼저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백세 시대에 맞게 노후 대책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생존적 자립은 혼자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과거의 패러다임과 부모세대의 시선으로 처자식을 바라보면, 실망과 서운함과 억울함만 쌓인다.
부인이 뭘 하든, 자식들이 어떻게 크든, 일단 당신의 파랑새를 돌보는 것에만 온통 집중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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